나가사키의 2일 째 아침이다.
오늘은 동네 골목을 지나 좀 더 높은 공원에 올랐다.
적당한 전망대도 있어 시내가 잘 내려다 보인다.
'군함도' 관람하러 간다.
'BATTLESHIP ILAND'
조선 노동자들의 애환과 슬픔이 가득찬 곳이다.
일본인들에게는 근대화를 이룩하기 위해 활약했던 자랑스런 산업현장..
작은 배에 올라타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한국인처럼 생긴 사람은 안보인다.
날이 흐려 상륙이 가능할지는 모르나
어쨋든 배는 출발한다.
어제 이오지마에서 훼리타고 오던 항로를 따라서
좀 더 먼바다로 향한다.
어제 보았던 쿠르즈는 떠나고 밤사이에 다른 쿠르즈가 정박하고 있다.
어마무시하다.
큰 아파트 2-3개 동을 연달아 엎어놓은 것 같은 크기
앞으로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지향할 해양산업 목표라고도 한다.
수많은 발코니선실이 아파트 발코니처럼 보인다.
저기에서 숙박하면서 느긋하게 바다를 감상하는 멋을 상상해본다.
그러나 실제 승객들은 발코니선실에 다 묵는 것이 아니고
발코니선실의 승객보다 더 많은 승객들이 창하나 없는 답답한
인사이드 선실에 묵는다는거...
나가사키는 원자폭탄 피폭장소로도 유명하지만
카톨릭 박해지로도 유명하다.
카톨릭신도들에게는 성지순례의 장소인 셈이다.
일본에서 흔히 볼수 없는 성당을 이 곳에서는 흔히 볼수 있다.
바닷가의 성당과 성모마리아상
중간 다카시마에 들러 군함도 자료관을 견학한다.
군한도의 모형을 보고 전체 규모나 생김새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리고 역사자료관을 관람
정선에 있는 석탄박물관 같은 느낌이지만
훨씬 더 섬세하고 깔끔한 전시,
정말 바다에 떠있는 군함같이 생긴 섬이다.
상륙을 위해 섬 한바퀴를 돌며 선장님께서는 신나게 해설을 하신다.
물론 일본어로.
물론 하나도 못알아듣는다.
이 앵글이 가장 군함처럼 보인다.
앞선 유람선은 이미 섬내 관람을 마친 사람들을 태우고 있다.
우리도 차례가 되면 상륙할 생각에 마음이 들뜬 상태..
빨리 좀 들 타세요.. 꾸물거리지 말고
우리도 상륙해야지..
그러나..
몇 번 접안시도..
흔들거리는 작은배. 출렁이는 잔교..
이리 저리 줄을 당겨보는 선원들..
결국 다시 멀어지는 유람선,,
신음을 동시에 토하는 승객들..
아,,,,
쓸쓸하게 돌아서는 승객들을 위로하기 위해
돌고래 떼가 나타났다.
그리고 '쇼'까지 해준다.
자연의 바다에서 펼쳐진 10여 초간의 돌고래 쇼..
그러나
마음 한구석 쓰리고 아린 고통이 몰려온다.
감옥보다 더 한 깊은 수직갱에서..
보고 싶은 엄마를 그리며
고향의 하늘을 그리며..
고통속에 있던 조선 노동자들
굶주림에
학대, 차별에
힘겨운 노동에 죽어가던 이들의 한숨과 외침이 들려오는 듯 하다.
폐허로 변해버린 시멘트 건물들이 당시의 고통을 표현하는 듯 하다.
차라리 빨리 벗어나고 싶다.
성 빌립보 교회
안토니오가우디 건축을 숭상하는 일본 건축가 '이마이 겐지'가 설계
'26인 성인 성당' 으로도 불리는 것은
나카사키의 유명한 '26인 순교성지'에 세워졌지 때문.
도자기 장식, 도자기 소재 마감이 많은 것은
26인 순교자가 교토에서 이 곳 나가사키까지 압송당해 오는 길목의
도자기 생산지를 기억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기도와 찬미를 상징하는 왼쪽 탑.
은총의 통로인 성령의 은사를 상징하는 왼쪽 탑.
두 개의 탑이 강한 인상을 준다.
건축적으로는 잘 정리되지는 않았으나 자유스럽고 창의적인
이미지가 이 건축물의 상징이다.
순교역사 자료전시관을 관람하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깍쟁이 일본식 3층 집
보아하니 상가도 아니요, 사무실도 아닌 듯 싶다.
과연 사람이 저 안에서 사는가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 전혀 없는 얄미운 노란색장식의
노출콘크리트 건물이다.
주차는 어디에?
아마 근처의 유료 주차장?
이제
4일 째
나가사키를 떠난다.
이 곳에 올 때 타고 왔던 준특급 '카모메'
2시간 걸려 '하카다'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어야 한다.
다른 홈에는 완행 열차도..
색다른 숙소 체험을 위해 '에어비앤비'에서
일본식 가정집 다다미 방을 3박 예약했었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호스트는 기차역까지 픽업하러 와 주었고
골목길을 굽이 굽이 돌아 도착한 산동네 주택의 정겨움도 괜찮았다.
그러나 냉냉한 바닥(다다미)의 찬기와 창문,벽의 허술한 단열 때문에
밤새도록 으슬으슬 추운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결국 2박후 3박 째는 나가사키 역 근처의 호텔로 이사가야만 했다.
"나가사키의 겨울은 절대로 따뜻하지 않습니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었다.